고모

농우잡록 | 2010/03/02 14:49 | 농우
고모부는 말년에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그걸 이겨내고 서울에서 소아과의원을 하셨었고...이런 저런 병이 깊어가면서는 대부도로 내려가 아파트를 하나 사서 두분 사시면서 그곳에서 개원을 하셨었다. 그거 얼마 운영하지도 못하고 돌아가신게 2008년 12월이다.

아버지 돌아가신게 2009년 5월이니 두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신 셈인데, 아버지 돌아가신지 1년도 다 되어서 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지방회인지에서 작고하신 장로님 추도예배를 보게되었으니 가족들 참석하라는 거였다.

마침 막내동생이 인천으로 큰집 마련해서 이사를 마쳤고, 나도 혜주네 이사를 마친 상태였는데다가, 여동생이 '추도예배를 마친 후에 온식구 다 몰려서 1박2일 엠티라도 가자'고 제안을 해왔던 터라 궁리끝에,  혜주네로 가서 차한잔씩 하고 다시 막내동생 아파트로 가서 형제들이 다 모여 시끌벅적하게 하룻밤을 지냈다.

새벽인데 큰누나가 대부 큰형에게 전화를 해서는 '숭어회가 먹고 싶다'고 하셨단다. 오랫만에 모인 동생들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으셨던 모양. 이러니 대부도에선 또 큰형이 세째형에게 오더를 내리고, 세째형은 여기저기 수소문하다가 매형에게까지 가고...그래서 숭어를 마련하셨다고 한다.

아침을 대강 먹고 어머니까지 모시고 온 가족이 대부도로 향했다. 비도 오는데...

날은 3월 1일. 음력 정월 열엿새. 마침 해남 계신 둘째누나 생일이다. 누나 생일날 우리끼리 모여서 떠들며 먹고 노니 미안하기만 한데, 누나는 또 대부도 가는 길엔 꼭 고모를 모셔다가 같이 지내라고 어머니께 신신당부였다고 한다.

큰댁에 식구들 내려놓고 곧장 어머니와 함께 고모를 모시러 갔다. 그 큰 아파트에 혼자 사시는 고모. 생각만 해도 어머니는 벌써 눈물부터 글썽이신다.

벨을 누르고 거실로 들어서니 많이도 늙으신 우리 고모. 예의 그 수줍은듯 환한듯 웃음을 띠며 반기시는데, 뭔지 서두르는듯한 태도로 안방 문을 살짝 밀어 닫으신다. 그러면서 또 피식 웃으시는데...'문 닫아놓으면 답답해 할것 같아서...'

어머니는 진작에 눈치 채신 모양인데 주책없는 이 젊은 놈은 '무슨 개를 기르시나?' 했다. 슬쩍 몸을 돌려 빼꼼히 열린 방 안을 들여다보니 서랍장위에 커다랗게 놓인 고모부 사진...

회 먹으러 가시자고 모시고 나오는데 또 안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며 '나 회 먹으러 갔다 올께요~' 하며 빙긋 웃으신다.  

어머니나 고모님이나... 남은 분들 가슴은 왜 이리 모두가 똑같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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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로메테우스...

  1. 띠용 2010/03/02 20:48 답글수정삭제

    이 상황이 참 애잔하네요^^

  2. 카루시파 2010/03/06 10:06 답글수정삭제

    제가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겠네요....

    • 농우 2010/03/06 13:11 수정삭제

      하하하하...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거지요...때로는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똑같은게 하나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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