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엄마가 캐리비안베이인가에 가자고 꼬셔서 데려간게 지난주였다. 전자기타를 배우겠다고해서 학원등록을 해주었더니
며칠 가다 말고 이번엔 제 엄마가 데려간다.
그렇게 갔던
녀석이 하루 집에 들어왔다가 다시 또 하루를 외할아버지 제사라고 다녀왔다. 마침
한사람 휴가가서 밤늦게까지 매달려있어야 했던 나로서는 무려 일주일만에 녀석 얼굴을 본
셈이다.
뭔가 열심히 온라인게임을 즐기고 있다. '야, 그거 뭔데 그리
잔인하게 칼쌈이냐?' 했더니 '어~마비노기~' 한다. 아하~ 저게 그 유명한 마비노기 라는
게임이구나.
녀석은 중3. 딴에는 특목고를 지망하고 있다. 특목고라니까 일단 굉장히
멋있게 들리기는 한다. 공부도 잘할것 같고. 천만에 말씀이다. 녀석이 가고 싶어하는
곳은 '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거기도 특목고란다.
아무리봐도 합격할
것 같지는 않은데 저희 선생님이 '이정도면 갈 수는 있겠다'고 했다고 안심하고
있다. 실기가 문제니 그거나 연습한다나? 이미 녀석에게 그 비싼 '타블렛'인지 뭔지
하는 그림 그리는 기계가 두개씩이나 들어갔다.
저희반에서 중간정도 되는 성적이란다.
내가 보기엔 간신히 석차가 중간이지 실력은 엉망인데 갈 수 있다니 그
학교가 그 정도라는 얘기일것 같다.
녀석이 내게 온것이 중학교
1학년 이맘때다. 초등학생때부터 선행수업에 방문과외에, 이리저리해서 언제나 선두그룹에 있던 놈이다. 아마도
그게 끔찍이도 싫었던 모양이다.
나는 애초부터 아이들 교육에 대한
생각이 영 엉성하다. 그 부분에 관해서 생각하다보면 나는 내가 이 세상에
섞여살 수 있는 종족이 아닌거라고 단정짓게 된다.
일단 나는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학교성적? 네가 공부한 만큼 시험성적 나오는거다. 공부 안하고
좋은 성적 받는건 나쁜짓이다.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공부하라고 채근이나
하나? 절대로 하지 않는다. 네버! 절대로
기본적으로 나는
공부는 하고 싶어서 해야하고, 하고 싶을때 해야 한다고 믿는다. 수학과 과학을
정말로 좋아하던 저 아이. 제 엄마에게 있으면서 수없이 학원다니고 달달볶여서 성적은
좋게 나왔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수학이나 과학, 영어에 손도 대기 싫어한다.
그 대신 제 엄마에게 그렇게 혼나면서도 끊임없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탐독하고 그거
보느라고 일본어 공부를 했던 모양이다. 내게 왔을때 이미 일정때 학교다닌 제
할아버지가 놀랄정도로 일본어를 하고 있었다.
녀석 생활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학교
다녀오면 밤늦게까지 오로지 컴퓨터에 붙어서 산다. 밤이 되면 농구공 들고 나가서
농구를 하고 온다. 노는날은 오후3시 4시까지 잠만 자고 일어나면 또 인터넷.
그러나 나는 아무소리도 하지않는다. '인터넷폐인~''일본만화 오타쿠~' 하고 놀리면 녀석은 아니라고 신경질을
낸다.
건강해치지 않게 조절해가면서 해라. 공부하는것도 기본이 필요하니 너무 멀리하지
말아라. 너 필요한 건 충분히 해라. 사실 잔소리가 많은 편인것 같다.
녀석은 그럭저럭 알아서 챙기고 있다. 나는 공부하라고 채근하지도 않고 학원도 네가
필요하다고 느낄때 필요한 것만 다녀보자고 했다.
한때 종합반을 다니겠다고
해서 등록을 했었는데 일주일도 안돼서 그만다니겠다고 한다. 시험때라고 밤12시까지 수업하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강행군하는걸 못참겠다는 것이다. 녀석이 그 말을 한 그날 '그래,
그만두고 나중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단과반이라도 찾아봐라' 하고 말았다.
그 후로
녀석은 검도학원에 다니겠다고 했고 그러다가 가지도 않고 포기했으며 지금은 방학하자 마자
전자기타를 배우겠다고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한달에 한번 녀석은 '서울코믹스' 단골
손님이다. 이젠 모임까지 있는 모양인데 거기서 기념품을 판다고 만들어서 방에 창고처럼
쌓아놓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글을 써서 책을 내고 그걸 판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한다.
공부? 딱 중간이다. 사회나 지리가 그렇게도 어렵고 못해먹겠다고 하더라.
'이거 전부 다 외워야 하는거잖아?' 아주 학을 띤다. 그런데 3학년 되더니
사회선생님이 강의를 아주 잘해주시더란다. '머리에 쏙쏙 들어와' 하기에 '그럼 100점이냐?' 했더니
킬킬대고 웃는다. 그쪽 성적이 아주 많이 올라갔다.
녀석이 제일
약한 과목은 사회와 도덕이다. 두 과목은 늘 최하점수를 받아오곤 했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더니 사회는 해결되어 중간 이상으로 뛰어올랐고 도덕도 많이 나아졌다. '넌
임마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이야 그래서 점수가 안나오는거야' 농담처럼 한마디 하면 킬킬대고 웃는다.
이젠 좀 사회에 적응하는거냐?
수없이 학원에 다니고
방문과외하고 그러고도 시간이 없다고 안달복달하면서 학교다니는 제 또래 아이들이 많다. 그렇게
돈을 쳐발라도 중간이하에서 헤매고 마는 아이들이 많다. 그 와중에 녀석은 제
하고 싶은것 다 하고 놀고 싶은것 다 놀면서 중간은 간다. 이정도면
된거 아닌가?
어머니들 거의 전부가, 거의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마치 녹음기
처럼 똑같은 소리를 해댄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원망할까봐. 부모로서 제대로 교육시켜주지
않았다고 ...]
맞는 말이다. 그 '제대로 된 교육' 시키는
부모 하나도 없다. 약국에 와서 존칭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돈도
제대로 주고 받을 줄 모른다. 상황에 맞는 인사조차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어려운 상황에 닥쳐서 제대로된 판단도 제대로 된 생각조차도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런게 교육이다. 이런게 과외로 학원수강으로 배워지나?
학교성적은 아무리 기를 쓰고
달려들어도 1등있고 꼴등 있다. 우리아이 1등만 해야 한다고? '1등을 바라는건 아니야,
적당한 수준에만 가면 되지' 하고들 말한다. 과연그래? 당신 솔직한 마음이 그런거야?
그렇지 않다는거 온세상이 다 알고, 그거 거짓말이라는거 삼척동자도 다 안다.
교육은 학교에서 하는게 아니다. 가정교육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교육은 부모가
하는거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솔직히 그건 아니지 않나? 모두가 자신의 허영을
위해서 일뿐이고 자신이 하지 못한것 대신 만족하려는 보상심리고 일종의 복수심일뿐이다. 그래서
그렇게도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거겠지.
우리아이 중3이다. 고입에 대해서
나는 고민하지 않는다. '네가 가고 싶은 학교에 가라. 그러나 떨어져도 실망하지
말아라, 네게 기회는 수없이 널려있다.'나는 늘 녀석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특목고에 가겠다고 목표를 정하고 제 할아버지 할머니를 교묘하게 설득해서 제편으로 만들어놓았다. 나만 바라보고 사신분들, 나처럼 공부잘하고 어쩌고 저쩌고, 고등학교는 인문계밖에 없는줄 알던 이분들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것 같은 손녀딸이 기숙사생활을 해야한다고, 옛말로 하면 실업계고등학교에 간다고 하는데도 든든한 지원자가 되셨다.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다. 두분의 반대가 심각했고 절대로 안된다, 너는 인문계
고등학교 가서 좋은 대학가야 한다. 특목고 가라. 이런 식이었다. 녀석의 고민이
깊어졌을때쯤 나는 녀석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부딪힌다고 되냐? 살살 꼬셔! 시간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말할것 없이 자연스럽게 설득해야지'
일본산 가전제품이라도 사면 제
할아버지는 무조건 녀석에게 설명서를 넘긴다. 녀석이 그런데서 막히는걸 본 적이 없다.
일본 웹사이트에서 책 주문을 해서 만화책도 원서로 보고 있다. 처음에는 만화책
위주로 주문을 하더니 요즘엔 제법 소설책들이 쌓여있다. 내 책장보다 녀석 책장에
책이 더 많다.
애니메이션도 더빙이나 자막 없는것으로 본다. 우리나라 가수는
한명도 모르면서 일본 대중가요만 듣는다. 왜색짙은 놈이라고 내가 자주 핀잔을 주지만
녀석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일본사람하고 왠만한 이야기는 다 가능하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한다. 이러니 제 할아버지가 넘어가지 않을 도리가 있나? 이미
녀석은 자기 목표를 정하고 차근히 준비해왔다는걸 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각인시키고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녀석이 고등학교 떨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합격이 좀 힘들지
않겠나 하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래서 미리 녀석에게 연막을 치고 있다.
'일단 네가 붙으면 아빠는 너 기숙사보내고 자유롭게 살란다. 그러니 붙는게 제일
좋고, 떨어지면 일단 인문계가서 3년 공부하고 대학을 너 가고 싶은 학과
찾아가면 될테니 떨어진다고 걱정할거 없다'
체육점수가 제일 좋다. 과학도
봐줄만하고 수학도 그럭저럭 한다. 영어도 중간은 가고 국어도 괜찮다. 이정도면 학교
잘 다니는거라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과목점수들이 무슨 소용이랴.
녀석은 시험보면 '몇등 올랐어'하고 이야기한다. 나는 늘 핀잔을 준다. '얌마!
등수는 아무 소용없다니까! 점수가 떨어지고 등수가 올라가면 그게뭐냐? 공연히 친구들하고 비교나
하면서 살거야?'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거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옳은것'마저 현실에
맞춰서 변해가는것은 아니다. 나는 그것을 아이에게 박아주고 싶다.
사교육이 문제라고 다들 떠들어댄다. 동감이다. 이놈의 교육계, 이놈의 나라, 도대체
아이들을 다 죽이겠다는것이냐. 도대체 아이들이 아니라 학습하는 기계 정도가 태어나면 만족하겠다는것이냐.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
우리 아이들 마음껏 뛰어놀고 하고
싶은 것 하고 즐겁게 공부해서 건강하고 선량한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좋겠다. 이때쯤이면
산으로 들로 메뚜기도 잡으러 다니고 매미도 잡으러 다니고 저녁때면 시커매져서 들어와
씻고 가족들과 함께 노는 시간도 갖는 그런 생활이 있어야 '주경야독'이란 말도
실감나게 다가올 것이다.
어린이헌장은 다들 어디다 쳐박아두고 있나? 그거
만들어낸 위인들이 지금 아이들을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다. 학교도 줄세우고 아이들은 친구가 아니라
모두 경쟁자들 틈에서만 살고...
자본주의 사회라는게, 세계화라는게 뭔지는 나는 잘
모르지만 이 거대한 흐름을 거꾸로 돌려놓기도 참으로 어려운 문제일것 같다. 여기저기서
그런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어디서나 소수이고 작은 목소리들이다.
그러나
어디에나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는 법이다. 나는 애초부터 이게 별것도 아닌 문제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건 오로지 '부모의 결심'으로 깨끗하게 해결될 문제다. 부모들이
욕심을 버리고, 부모들이 의심을 버리고, 부모들이 두려움을 버리고 정상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것. 그게 가장 뚜렷하고 강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내 아이가 잘못돼서
나를 원망할거라고? 내 아이를 그렇게 밖에 못키웠나? 내 아이가 제 부모를
원망하며 살아갈 정도로 팍팍하고 거칠은 아이였던가?
좋은 학교 가지
못하면 아이 인생이 어려워질 거라고?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 세상'보다 '내 아이가
원하는 삶'보다 '그냥 편하고 잘사는 것'이 더 낫다는건가? 내 아이를 '배부른
돼지'로 만들겠다는건가?
내 아이가 나보더 더 잘 살기를 바라나?
'잘 산다는 것'에 대한 뚜렷한 정의라도 내리고 생각하는건가?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그 아이의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 그 아이가 정말로
어떤 상황을 행복해하는지 유심히 지켜보기는 했나?
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우선 방학때 만이라도 학원에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딱 한달만 그리 해보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것같다.
늦게 일어나고 청소도
안하고 말도 안듣고...매일같이 아이들과 싸우느라고 정신없을 엄마들이여, 그게 얼마나 행복한 일상인지
단 일분의 생각이면 가슴저리게 느낄 수 있다.
부모가 사교육을
안하겠다고 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공교육이 어쩌고 사교육이 어쩌고 말할 이유도 없고
말이 나올 근거도 없을게다. 해결이고 뭐고 고민할 필요도 없다.
우리 아이들이 그저 아이로, 어린이헌장을 들먹일 이유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면 부모에게 야단맞고 매맞고 동생과 싸우고 친구들과 몰래 놀러다니고
만화책보고 자전거타고...
.....
대개의 경우에 글을 짧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여러번 다듬는 편이다. 그게 블로그 하면서 생긴 좋은 버릇이었고
어쩌면 소심함에서 나온 조심스러움이었다. 다른 사람이 볼테니...
그런데 오늘 그런거
다 팽개치고 그냥 횡설수설 나오는대로 써버리고 하나도 고치지 않았다. 문맥이고 뭐고
신경쓰지 않았다. 황당하고 어리석은 이야기 있는 그대로 써놓고 고치지 않았다. 뭐
어떠랴.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곧잘 흥분하곤 한다. 우리아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처방전이 계속 몰려드니
요거 쓰는데도 몇시간 걸린다. 어쩌랴. 아침부터 엉뚱한 글을 보고 욱해서 쓰다보니
이게 앞뒤가 맞는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머리에 떠오르는대로
손가락 가는대로 따라가며 옮겨적을 뿐이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사교육 모른다.
우리아이도 그런거 모른다. 나나 우리 아이나 스스로가 중심이되어 살아갈 뿐이다. 나라가,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은 내것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가는게 내것이고 그게 옳은것이다.
나는 따라가지 않는다. 나를 따라와라.
follow me!
ㅋㅋㅋㅋ
지역태그 : 대한민국>인천>남동구>만수동>창일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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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우의 생각
Tracked from nongwoo's me2DAY 2008/08/08 12:38링크를 따라가서 읽다가 울컥해서 블로그에 정신없이 글 쓰다 보니 점심시간됐네? 아이가 최소한 2명은 있어야 세상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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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이 줄어 들기 위해서는 정책이 아니라 부모가 바껴야 한다.
Tracked from 찍거나그리거나 2008/08/09 17:30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나라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 놓아도 무소용이다. 사교육은 본질적으로 교육적으로 더 나은 환경이나 내용같은 본질적인것이 아니라 단지 너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비교우위를 위해서만 기능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이라는 캐릭을 가지고 벌이는 거대한 RPG 게임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사교육의 병패는 결코 사라 지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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