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에 근무 끝내고 곧장 출발해서 해남으로 갔던것이 지난 금요일, 해남이
갑자기 우리에게 친근한 곳으로 다가선 이유는 딱 한가지, 평생을 고모부와 함께
지내면서 병원 간호보조원으로 살아오신 둘째누나, 강남에서 중고차매매업을 하시던 둘째매형, 시골서 살겠다고
내려가신곳이 그곳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아버지 생신을 거기서 치르겠다고 모시고 갔다가
내가 병이나서 도중에 급작스럽게 병원에 들러 누웠다가 왔었다. 딸아이 울리고 아버지
울리고..온갖 불효를 다 저지르고 왔었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올해엔 어머니와 큰누나를
모시고 다녀왔다. 세째누나가 한 열흘전에 가 있었고, 나보고 겸사겸사 내려와서 올라갈땐
자기도 싣고 가라는 연락이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를 설득하기도 쉬웠다. 움직이기 싫어하시고
먼 여행길 힘들어하시는 분이지만 병약한 세째딸이 가 있다고 하니, 몸 불편한
큰딸이 같이 가자고 하고 혜주엄마도 같이 모시고 다녀오겠다고하니 마음이 동하셨던 모양이다.
다행히도 나는 건강하게 다녀왔고, 어머니는 먼 여행길이 힘드셨을텐데도 큰
무리없이 다녀오셨다.
오는 길에는 둘째누나가 시댁에 제사가 있다고 같이 올라왔다.
올라온 김에 17년만에 동창생들 연락이 됐다고 다들 만나고 며칠 묵어가겠다고 싱글벙글,
올라오는 차 안에서는 나까지 덩달아 노래를 부르고 소리를 질러가며 신나게 올라왔다.
집에 도착한게 토요일 자정쯤이었고, 일요일엔 근무 끝나고 강화에 다녀와야했다. 몸이
아무래도 피로가 쌓여서 풀리지 않는듯 하루종일 노곤노곤하고 두통이 약간 있다. 누나는
시댁에 제사드리러 가고 월요일 오후쯤 오시겠다고 하고...
월요일엔 아이가 영어캠프에
들어갔다. 목요일에나 오는 모양인데, 그 동안에는 둘째누나가 계실터이니 그나마 어머니 혼자계시는
쓸쓸함을 덜 수 있겠다 싶어 안심이 된다.
월요일에도 여전히 몸이
맘같지 않아서 걱정인데 다행히도 쉴 수는 있었다. 그리고 밤11시 근무끝나고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와 누나는 같은 침대에서 주무시는 중...
겨울이라 할 수
있을게다. 날씨는 아직도 요상하지만 그래도 겨울인데 왠놈의 모기가 이리 극성인지 자다가
세번이나 깼고, 그때마다 모기 한마리씩을 잡았다.
새벽 3시경에 다시 깨어 모기를 잡고 화장실에 가려고 나섰더니 어머니 방에 불이 환하다. 벌써 새벽기도 가시려는가? 하고 들여다보니 어머니는 안보이고 누나만 혼자 침대에 앉아있다. 싱겁게 손흔들어 인사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한시간이나 잤을까? 어머니가 깨우신다.
'인터넷으로 목포가는 첫차가
몇시인지 검색해볼 수 있겠냐?' 정신이 퍼뜩 들어서 일단 컴퓨터를 켜는데 말씀이
'훈이가 열이 심하고 아프다고 전화가 와서 누나는 첫차로 내려가야겠다고 한다'는거다. 새벽
2시반에 전화가 왔고 그때부터 잠도 자지 못하고 앉아서 밤을 새우시는게다.
첫차가 6시 30분. 얼른 검색을 끝내고 컴퓨터를 끄면서 한마디 한다. '와우~우리
엄마 신식이네~'검색'하라고 하셨어요?' 세 식구 잠시 낄낄거리다가 나는 또 잠에 빠져들고...
6시가 됐는데 다시 깨우신다. '너 잠깐 누나좀 터미널까지 태워다주고 와라'
'알았어요~' 벌떡 일어나 옷을 입고 차를 가지러 나가고, 누나를 터미널까지 태워다
드리고...
'17년만에 동창생들좀 만나보나 했더니 이놈이 새벽에 전화를 해서 끌어내리네?'
'그놈자식, 대학생씩이나 돼서 엄마한테 전화질이야!' 했더니 '거기 약국도 없고 병원도 없어서...'
하신다...
결국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다가 첫차로 내려가 버리셨다. 된장이며 간장게장이며
이것저것 좀 싸서 내려보내야겠다 싶더니 황망중에 가시느라고 빈손으로 가셨다. 나는 태워다
드리고 들어와서 조금 더 자고 출근...
그냥 내 '누나'라고 만
여겼다. 어느새 대학생이 된 아들놈 걱정해야 하는 중년의 '어머니'가 되어 있는걸
자주 까먹곤 한다. 우리 누나, 언제 이렇게 늙으셨는가...
부모가 된다는게
어렵고 서글픈 일이다. 장성한 아들이라도 밤새 저리 잠 못 들고 걱정하게
만드니...부모가 된다는게 정말로 아픈 일이다. 고이 잠자는 아들놈 깨워서 인터넷 검색해보라고
채근하실 정도로 같이 걱정해야 하는 일이니...
내 딸아이, 영어캠프 들어가서
목요일에나 나온다고 한다. 제대로 아침이나 먹는걸까? 잠 많은 놈이 시간이나 맞추고
있는건가?
이래저래 부모는 죄인이다. 하루도, 한시도, 걱정이 떠나갈 날이 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내가 내 아이 걱정하는 일이 내 어머니가 내걱정
하시는 것만 같을까...이번에 보니 누나가 조카놈 걱정하시는 것만 같을까...
지금쯤
고속도로를 달리고 계시겠다. 아무리 서둘러도 5시간은 걸릴테니 얼마나 가슴타며 창밖을 보실까...우리
형제들...참 많이도 늙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