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도 더 된것 같다. 어머니 생신을 어쩔거냐는 물음에도 딱부러지게 대답을 못했다. 늘 그렇듯이 뭔 생각이 있어서 사는 놈이 아니니...이럭저럭 채근하는 통에 그래도 날짜는 이삼일 앞당겨서 다 모일 수 있는 날로 해야 한다느니 밖에서 먹을지 집에서 해먹을지 의논해야 한다느니 날로 틀이 잡혀가기는 한다.

주말이면 다들 괜찮을듯 한데 하필이면 그날 약사회 연수교육이라고 연락이 온다. 결국 내가 문제로구나. 일요일날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이야기를 해놓으니 용인 아버지 산소에 다녀와서 그 근처에서 먹자는 단아아빠 의견이 솔깃하다.

그런데 어머니가 거부시다. '올해는 내 생일 하지 마라' 말씀하시는게 늘 그렇긴 하지만 아주 단호하다. 결국 '그냥 일요일날 집에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는거라니까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첫 생일이라 우리는 더 하고 싶고 어머니는 하고 싶지 않고...

그럭저럭 날은 쏜살같이도 흘러간다. 무슨 준비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있으니 정작 준비해야할 사람이 이렇게 무신경해서 결국 주변사람들이 바쁘다...그리고 일요일 아침...

7시면 이미 밥먹을 준비 끝내고 우릴 기다리시는 어머니. 은아가 서코에 간다기에 깨워주고, 나도 샤워하고 나오는데 소파에 앉아계신 어머니 고개를 숙인게 꼭 우는 사람 같다. '아니 왜 아침부터 우세요오~' 농담으로 한마디 던지면서 보니 어라?! 정말로 울고계시네?

'나는 현미가 매일같이 이렇게 효도해줘서 잘 지내는데 너희 아버지 불쌍해서 그런다...' 갑자기 시큰해진다. 어머니, 아침부터 아버지 생각에 또 울고 계시니...

세식구 앉아서 아침을 먹으려니 어머니는 전복죽을 한그릇 퍼놓고는 또 우신다. '이 죽만 보면 너희 아버지 생각이 나서...아프다고 죽한그릇 제대로 먹이지도...' 식탁이 침울해진다. 그러시더니 '만호 언제온대냐?' '왜요?' '오면 아버지한테 좀 다녀오자고...'

그러나 장까지 봐오겠다는 동생이 용인까지 다녀오려면 아무래도 피곤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듯 하다. 차라리 내가 모시고 다녀오는게 낫겠다 싶은데...나는 또 안양에 다녀와야 할 판이고...

'그러면 어머니 1부예배 다녀오시면 그동안에 제가 안양에 갔다올테니 오는대로 같이 아버지께 다녀오십시다' 이런 제안엔 이런 와중에도 어머니, 찬성하지 않으신다. '피곤하게 뭘 갔다가 오고 또 가고 그래~그냥 가지 말자~ 다음에 가지 뭐~' 그리도 보고싶은 아버지이면서도 아들놈 걱정에 또 물러서신다...

어쩔 수 없구나...전화를 해서 의논을 할 수 밖에... '그러면~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을테니 모시고 와요, 같이 다녀와야지~' 결국 이친구 교회에도 못가게 되겠구나 싶지만 미안한 마음은 있으면서도 ...어쩌랴...  그럴줄 뻔히 알면서 전화를 해놓고 무슨....

'그러지 말고 그럼 지금 가십시다. 가는 길에 현미도 같이 데리고 가지 뭐' 그제서야 '그래, 그렇게갈까?' 하신다. 내 어머니께 믿음을 주는 이친구가 고맙고, 그나마 이럴때 어머니 모시고 휭하니 다녀올 수 있게 되었으니 또 고맙다.

사고가 나고 만다. 차에는 강화에서 가져온 김치통들이 잔뜩 실려있는데 이걸 몇개 내려놓고 가겠다고 서두르다가 허리를 삐끗했는데 심상치가 않다. 많이 아프다고 하면 아버지께 가고 싶은 어머니 금방 또 주저 앉으실게다. '일단 안양까지 가고, 현미보고 운전하라고 하지요 뭐' 대충 얼버무리고서야 안양으로 달린다.

역시 1부예배만 보고 준비해서 오겠다고 하다가 갑작스레 부산해진 이친구, 그래도 어머니와 수다를 떨어가면서 즐겁게 모시고 간다. 나는 허리가 더 아파와서 뒷자리에 누워 하늘만 보고...운전하지 않고 지나가는 풍경들이며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정말 아름답기도 하다, 이 하늘, 이땅에 같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

아버지 돌아가신지 반년여, 그동안 몇번 왔어도 한번도 그러시지 않더니 이번엔 서럽게도 우신다. 무덤에 쓰러져 한참을 우시더니 겨우 일어나 앉아서는 이미 겨울추위에 누렇게 죽어가는 떼를 쓰다듬고 또 쓰다듬고...

손시리지 않으신가? 마치 아파서 누워계신 아버지 팔을 쓰다듬던 모습, 하염없이 쓰다듬으며 일어설 줄을 모르신다. 무덤에 우거진 풀들마져 아버지의 몸인양 느껴지시는가, 저리도 애틋한 정으로 사셨을 두분, 생전에는 모르겠더니 가시고나자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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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로메테우스...

  1. 띠용 2009/11/26 19:05 답글수정삭제

    나이가 점점 들어가도 농우님의 부모님같은 애틋한 정은 남아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별은 싫지만요-_ㅠ

  2. 회색웃음 2010/01/17 02:04 답글수정삭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어머니께서 아버님을 많이 뵙고 싶으셨나 봐요.. 애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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