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러 다니기

농우잡록 | 2010/01/29 23:41 | 농우
큰아이와 영화를 보러 다닌것이 3년 가까이 되는 모양이다. 3년...내가 집을 나와 부모님과 같이 지내게 된것은 그보다도 2년여쯤 전의 일인데, 어느날 녀석이 짐싸들고 내게로 왔다.

성격이 많이 달라져있었다고 해야할까? 그렇게도 뛰기 좋아하고 재잘거리기 잘하던 녀석이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해대고 하루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 성격, 그대로 굳어져 버렸는지 지금도 그렇기는 하다.

이런저런 궁리끝에, 이런 저런 시도끝에, 녀석이 영화를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같이 영화를 보러다니고 있다.

신기한 것은 그나이쯤 되면 친구들과 몰려다니기 좋아하고 영화도 그렇게 몰려다니며 볼것 같은데 녀석은 내가 못가게 되면 아예 가질 않는다는거다. 이건 다른 일에서도 그렇다. 학용품을 하나 사러가게돼도 늘 같이 가자고 한다. 나로서는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좋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러다니는 일은 나도 좋아하지만 이걸 의무처럼 거르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시간이 녀석과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녀석도 가장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슬픈 일이기는 하다.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많이 나누랴. 그러나 한주간 내내 하는 이야기보다 그때 하는 이야기가 더 많으니 나로서야 소중한 기회일 수 밖에...

문제는 어머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내가 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못해도 큰아이가 있어서 늘 마음이 든든하셨던 모양이다. 실은 나도 녀석이 집에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그걸 목요일만 되면 아빠가 꾀어서 영화보러 가자고 데리고 나가니...

'나만 남겨두고 또 나가냐? 외로와 죽겠는데...' 농담처럼 진담처럼 한마디 하실때마다 가슴이 덜컹 하고 두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것 같은데, 그러면서도 눈 질끈 감고 아이를 데리고 가버리곤 한다.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어떻게든 녀석이 어릴때처럼 시도때도 없이 밝게 웃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여학생이지만 야마카시인가 한다고 뛰어다니던 놈이다. 제방엔 실물크기의 권총이며 목검이며 야구글러브에 야구공, 여학생 교복입고 등교하면서 농구공, 축구공을 들고 다니던 놈이다. 조금 더 수다스럽고 시끄러워졌으면 좋겠다.

아이를 생각하자니 어머니가 걸리고, 어머니께 있자니 녀석이 답답하다. 이래저래 세상 사는 일은 만만한 일이 하나도 없다. 녀석이 얼마나 더 커야 이런 걱정 안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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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로메테우스...

  1. 아크몬드 2010/01/30 01:36 답글수정삭제

    저도 부모님과 영화 보러 간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 합니다...
    즐거운 기억을 함께, 많이 쌓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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