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째누나는 참 지겹게도 공부를 했었다. 그다지 머리가 좋거나 공부를 워낙에 잘 하던 사람도 아니었는데...같은 시기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공부 잘 한다는 소리 듣고 다니던 내가 늘 주눅이 들 정도로 새벽까지 깨어서 공부를 해댔었다. 대학에 갈 수도 없었을 그 시절에, 아들놈 하나 대학 보내야 한다고 딸들은 모두 희생해야 했던...
그 누나가 그렇게 지독하게 공부를 해 대더니 청주교대인지를 합격했었다는걸 나는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그 시절에는 알고 있었을까? 언제 잊어버렸던 것일까?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살았다. 이 나이 돼서야 어머니가 한탄하듯 넋두리 하시는 소릴 듣고서야 알았다. '생각났다'가 아니라 그야말로 '알았다' 세상에 이런 지독한 동생도 있나?...
어려운 집안에서 살다보면 결혼도 그렇게 하고 그 후에 오는 삶도 대개 그런 모양이다. 아마도 이나라는 이미 그런 모습이 굳어져버린듯 하다. 참으로 어렵게, 그러나 억척스럽게 사셨다. 세분 누님이 똑같이 고생했고, 밑의 여동생까지도 그리해서 아들 두놈이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지만 세째누나는 더했던것 같다.
동생들이 대학 졸업했다고 누나들이 무슨 큰 덕을 보는가? 이미 결혼들 해서 따로 살고 있는터에, 대학졸업하면 다 잘 살줄 알았던것일까?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여전히 그냥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고 있을 뿐인것을...
그렇게 시집가면 또 가정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서 억척을 부려야 하는 모양이다. 동생인 내가 보아서 그런가? 곁에서 보기에 안하는 일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며 사셨다.
아마도 그런 억척 덕분에 조금 나아졌던 것일까? 한 동네에 자리잡고 세탁소를 여셨었다. 다 잘 될것으로 믿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했으니 이젠 좀 편해지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아마도 편해지는 길이 아니라 더 힘들어지는 길의 시작이었던 모양이다.
천식, 수없이 병원을 전전해도 고칠 수 없었던 기침. 그게 천식인지 다른 무슨 병인지 나는 모르겠다. 십수년이 지나도록 차도라고는 없이 숨이 넘어갈듯 기침을 해 대고있다. 대체 무슨 놈의 기침이 그리도 심하고 그리도 끈질긴지...대체 어디에 이상이 생긴것인지 별별 검사를 다 했다는데도 원인이 없다고 한다니...
그래 결국 세탁소도 그만두고 다시 이일 저일 찾아서 하셨는데 그게 쉽지 않았을거고, 어느 해인가 아버지가 '우리집을 담보로해서 세째누나 돈좀 마련해줘야겠다' 하시기에 내심 반가와서 '뜻대로 하십시요' 했었다. 어설픈 일이었던가? 그걸 갚기 힘들어지니 아버지 어머니와 사이도 벌어지고 몇년씩이나 연락끊고 사는, 오히려 더 안좋은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겨우 다시 오고가며 사는데, 여전히 기침은 나을줄을 모르고, 사는건 힘드신 모양이다. 오고가며 산다고는 해도 자주 연락이 뚝 끊기고, 그런 때문인지 조카녀석은 제대를 했다는데도 가까이 있는 외할머니 댁에 인사도 오지 않는다.
며칠전에 혜주가 수술을 받으면서 기도해달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이래저래 답이 오고 가고 하는 중에 '나도 아프다'고 하셨던 모양이다. 그날 즉시 연락해볼것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잊고 하다가 오늘에서야 전화를 드렸다.
'기침이 너무 심해서 회사도 못가고 며칠 쉬고 있어~ 게다가 넘어져서 다리도 다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씀하시는데 이거 참...내겐 늘 '네게 내가 죄인이다' 하시며 무조건 잘해주시기만 한다. 그런데도 동생은 이렇게 무심하다.
'내가 약이라고 갖고 이따가 갈께요' 퇴근 후에 곧장 달려가려 했더니 혜주엄마가 같이 가자고 한다. 아이들까지 데리고 오랫만에 누나집에 들렀다.
어려서 고아가 된 조카를 데려다 키워 그놈이 큰아들이 되고 누나가 낳은 아이는 작은 아들이 된다. 그 큰아들 내외가 와 있다가 인사를 한다. 누나는 얼굴이 핼쓱하니 시커매져있고 목소리에 힘이 없는데, 그래도 조카들 왔다고 꼬맹이 줄 선물을 서랍에서 꺼낸다.
너무나 오래 시달려서 그리되신건가? 그저 담담하고 평온하다. 오래 앉아있지도 못하고 아이들 데리고 나와야했다. 이런 저런 일들이 우리도 있으니...
참으로 난감하다. 제 살점인양, 제 뼛조각인양 아끼고 보살펴준 동생이건만 아프다고 하는데도 잠깐 왔다가 일어나 버리니...대학까지 포기하고 나를 공부시켜준 누나인데...
사람이란게 참으로 냉혹하고 무정하다. 고마운줄도 모르고 은혜인줄도 모른다. 내 이토록 천박하니 나를 대하는 세상도 그런것이겠지...
아무려나 기침이나 좀 덜하셨으면 좋겠다. 자신도 없이 가져다드린 약 몇개, 그나마 효과라도 좀 보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고생해서 공부시킨 동생, 이럴때나 좀 덕을 보셨으면 좋겠다...













